[팩트체크] '돼지열병' 살처분 불과 15만?… 20년간 1억 가축 파묻었다

입력 2019-10-22 09:16   수정 2019-10-22 16:51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공포가 무섭습니다. 사육돼지 ASF 확진은 2019년 10월 9일 14차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새 비무장지대 인근 야생 멧돼지 확진은 늘었습니다. 이 와중 2019년 10월 15일 충남 아산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21일 저병원성으로 판명됐지만, 돼지에 이어 닭 오리 등 가금류에 몹쓸 전염병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여러 대응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살처분'이었습니다. 전염병에 감염된 가축을 산 채로 땅에 묻는 방식입니다. 발생 지역 또는 인근 시군구청장이 즉각 살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제20조(살처분 명령) ... ②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축방역관에게 지체 없이 해당 가축을 살처분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병성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의 범위에서 살처분을 유예하고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 격리하게 할 수 있다.
1. 가축의 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2. 가축의 소유자를 알지 못하거나 소유자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여 제1항에 따른 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
3.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긴급히 살처분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 ...

동물전염병은 가축들을 얼마나 살처분되게 만들고 있을까요. 최근 발생한 ASF로 살처분된 돼지는 전체의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역대 살처분 사례를 모두 살펴봤을 때, 살처분은 ASF, 구제역, AI 등 동물전염병을 뿌리뽑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뉴스래빗이 핵심질문 묻고 답하는 #팩트알고 로 정리해드립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살처분은 대표적인 동물전염병 대응 방식 중 하나다. 동물전염병이 퍼진 지역이라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각 시군구청장이 즉각 살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뉴스래빗은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활용해 농식품부에게 '최근 20년 동물전염병 살처분 현황' 데이터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19년 최근까지 살처분된 가축 수를 알 수 있다. 역대 살처분 조치를 취한 동물전염병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상을 구제역과 AI로 한정한다. 뉴스래빗이 전수 자료를 요청했으나 농식품부가 두 질병으로 인한 살처분 규모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살처분 가축 수를 '가축동향조사'의 분기별 가축 개체 수와 비교해 그 규모를 가늠해본다. 또한 최근 발생한 ASF 살처분 규모가 기존 사례와 어느 정도 차이나는지 상대적으로도 비교한다. 데이터 시각화에는 플로리시(flourish) 스튜디오를 활용했다.
ASF 살처분 돼지, 전체 중 얼마나 될까




2019년 10월 21일까지 ASF로 살처분된 돼지는 15만4548마리입니다. 2019년 10월 9일 확인된 경기 연천군 신서면(9002마리 살처분) 이후 추가 살처분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통계청 최신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돼지 개체 수는 1171만3000마리. 전체 돼지 수와 비교해보니 약 1.3% 수준입니다. 2019년 10월 9일 이후 2주 가까이 살처분이 멈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ASF는 전체 돼지 개체 수에 큰 영향 없이 잠잠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동물전염병 살처분, 얼마나 많았을까
농식품부가 뉴스래빗에 공개한 살처분 현황은 연도별이 아니라 발생 시기별로 구분돼 있습니다. 구제역이나 AI가 한 번 발생할 때마다 몇 마리씩 살처분됐는지 알 수 있죠.



2000년 이후 구제역으로 가장 많은 수를 살처분한 건 2010년 11월~2011년 4월 발생 당시입니다. 약 5개월간 347만9962마리를 살처분했죠. 소 15만864마리, 돼지 331만8298마리, 염소·사슴 1만800마리입니다. 2010년 4분기 전체 돼지 개체 수는 988만632마리였는데요. 5개월만에 국내 돼지 중 약 34%를 살처분한 셈입니다.


347만9962마리는 20년 살처분 역사에도 유례 없던 규모입니다. 이 때를 제외하고 20년 중 살처분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2014년 12월~2015년 4월(17만1128마리), 2002년 5~6월(16만155마리)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14~2015년 '대량 살처분' 이후 구제역은 2019년까지 연례 행사처럼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살처분이 완벽한 답이 아니라는 점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동물전염병, 역대 최다 살처분 개체 수는?



AI로 인한 살처분 규모는 구제역보다 훨씬 큽니다. 돼지, 소보다 닭, 오리 등 가금류의 개체 수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2019년 3분기 기준 국내 산란계(달걀을 낳기 위한 닭)와 육계(고기로 먹기 위한 닭) 사육 수는 1억5942만5000마리에 달합니다. 1200만여마리인 돼지 수보다 12배 더 많습니다. 여기에 오리(969만4000마리)까지 합하면 가금류 수는 1억 7000만 마리에 달합니다.



가금류를 가장 많이 살처분한 때는 2016년 11월~2017년 4월 AI 발생 당시입니다. 5개월간 닭·오리 등 가금류 3787만마리를 살처분했죠. 20년간 살처분한 가금류 전체 9414만9000마리의 40%가 이 때 죽었습니다.



2016년 8월 'AI 청정국'으로 인정받은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살처분입니다. 동물보건기구(OIE) 동물위생규약 조건을 만족하면 'AI 청정국'으로 인정받는데요. 청정국 인정까지 3개월, 그 이후 3개월만에 최대 규모의 살처분이 일어났으니 6개월밖에 못 간 셈입니다.


이외에도 2014년 1~7월(1936만1000마리), 2008년 4~5월(1020만4000마리) 등이 다량 살처분 시기로 꼽힙니다.
20년간 1억마리 가축 '살처분'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여년간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 소, 염소, 사슴 수는 총 391만9763마리입니다. 이 중 돼지가 373만6155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죠. 평균적으로 1년에 19만5988마리가 전염병에 희생된 셈입니다.

같은 20년간 AI로 살처분된 닭, 오리, 꿩, 메추리 등 가금류는 총 9414만9000마리에 달합니다. 1년에 470만7450마리씩 살처분당한 꼴이네요.

종합하면 지난 20년 간 돼지, 소, 염소, 사슴 등 네발달린 가축에 닭, 오리, 꿩, 메추리 등 가금류까지 합하면 지난 20년 간 가축 9806만8763마리가 우리 땅에 파묻혔습니다. 한해 평균 500만 마리가 죽어간 셈입니다.

돼지, 한우, 젖소만 놓고 보면 총 1535만마리 중 매해 최소 1.3% 꼴로 살처분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닭과 오리는 2019년 3분기 1억6911만9000마리이니 매해 2.8% 꼴로 살처분됐습니다.


정부는 2019년 9월부터 ASF에 대응해오며 살처분에 열을 올렸습니다. 물론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ASF에 대응했지만, ASF 범정부 대책지원본부에서 공개하는 일일상황보고에 살처분 현황이 맨 처음 나올 만큼 살처분을 통한 진압에 매진해왔죠.
"백신정책 살처분보다 더 경제적"
ASF의 경우 전세계적으로도 차단 백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확산 차단에 주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병에 걸린 돼지는 속수무책으로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이란 이름으로 병이 발생한 농장이 포함된 지역 내 전체 돼지를 파묻기도 했습니다. 병이 걸리지 않아도, 병에 걸릴 것이 우려돼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죽인다는 뜻입니다.

ASF에 이어 아산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가금류 전염병 우려도 함께 높은 시점입니다. 또 수백, 수천만마리 가축을 우린 살처분해야 할까요.



광범위한 백신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백신 접종을 살처분의 경제적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처분 정책으로 드는 비용보다 예방백신 투여 및 차단 방역으로 미래 가치까지 지키면 이익은 더 크다는건 이미 학계 정설입니다.

한국가금수의사협회는 "산란계 1마리를 살처분에 드는 비용이 1만원이라면, 백신 2번 주사하는 비용은 200원에 불과하다"며 "200원을 들여서 살릴 것이냐, 1만원을 들여 죽일 것이냐라는 문제의 본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국내 역시 저병원성 인플루엔자를 백신 보급으로 차단한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분석한 지난 20년간 살처분 데이터는 우리 현실을 보여줍니다. 살처분을 통해 인정받은 'AI 청정국'은 3개월 만에 무너졌고, 살처분으로 잡아오던 구제역은 최근 몇 년들어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감염된 가축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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